금연 정일형 박사 25주기 추도식 추모사(2007.4.21).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09-08-13 14:39     조회 : 6983    

금연 정일형 박사 25주기 추도식 추모사(2007.4.21).


추 모 사. 
 
정일형 박사님이 돌아가신 지 어언 25년이 되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분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의 정을 이기지 못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세상을 뜬 후 생각조차 하기 싫은 사람, 무관심 속에 잊혀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가도 간절한 추모의 정을 가지고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정일형 박사님이 세월이 갈 수록 더욱 간절한 추모의 정으로 되새기게 되는 분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정일형 박사님은 그 일생을 가장 위대한 삶으로 장식했습니다. 박사님은 6년이나 복역한 독립투사였습니다. 8선 국회의원, 외무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의회 정치인이었습니다. 의원직을 잃으면서까지 싸우신 불굴의 민주 투사였습니다. 야당의 거목으로서 민주당과 국민을 지도하셨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행복한 가족생활 속에 이태영 선생과 모범적인 부부생활을 하셨고, 자제분들을 모두 훌륭하게 기르셨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일형 박사님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신 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개인적으로도 정일형 박사님의 막중한 사랑과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정일형 박사님은 항상 저를 정치적 제자로서 지도해 주셨습니다. 제가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는 당에서 후보로 지명받도록 하기 위해서 시민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주시기도 하고, 후보로 지명되자 사무장을 맡아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정부기관이 정일형 박사님의 자택에 불을 질러 전소를 당한 일도 있습니다. 제가 1973년 일본에서 납치되었을 때는 국회에서 ‘정부가 한 뼘 손으로 태양을 가리듯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규탄하기도 하셨습니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때는 현역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하여 저와 같이 싸우시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금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종내 흔히 있었던 용공조작, 지역주의, 모략선전 등의 폐단을 일소하고, 후보자의 정책과 경력과 인물됨을 바탕으로 진정한 민주선거를 치름으로써 정일형 박사님의 유훈에 보답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최근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을 가고 있고, 남북 대화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정일형 박사님께서 그토록 염원하시던 통일에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을 배제하고,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원칙 밑에 단계적으로 통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리하여 통일 후에도 남북간의 갈등이나 혼란 없이 민족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공동승리의 통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정일형 박사님 영전에 이러한 점을 다짐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정일형 박사님과 이태영 선생님에게 하느님께서 천국영생의 은혜를 충만하게 내리시기를 바라면서, 유가족과 여기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큰 위로를 받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중

* 자료: 김대중 도서관
 


 

 
 

【서울=뉴시스】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정일형 박사 2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헌화후 묵념을 하고있다./권주훈기자